《백귀주행: 여성괴물행진》은 초우상회의 세 번째 책이다. 한국, 아일랜드, 에콰도르, 말레이시아, 일본의 5개국에서 전해지는 여성괴물 전설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해당 국가에서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의 인터뷰를 함께 엮었다.
세계 각지에는 여성의 모습을 한 ‘여성형 괴물'이 많다. 슬프고 기구한 사연을 지닌 이들은, 유달리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를 유혹하는 ‘끔찍한 미녀'로, 지저분하고 추레한 모습의 ‘노파’로, 혹은 임신과 출산 등의 ‘재생산의 임무를 끝끝내 해내지 못한 여성'으로 이들은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에 여성에 대한 사회의 억압이 담겨있기에, 우리는 이 여성괴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이들에게 여성을 미녀, 노파, 임신과 출산 당사자로만 여기는 사회의 억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 활동가' 동료들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새롭게 쓰인 여성괴물 이야기와 여성 활동가 인터뷰를 12단 병풍 형식의 책에 교차하는 형태로 실었다. 병풍 뒷면에는 여성괴물과 여성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행진하는 모습의 그림을 그려넣어, ‘죽어서 괴물이 된 여자’인 여성괴물과 ‘괴물처럼 현재에 맞서 싸우는 여성' 활동가들의 연대를 상상한 책이다.
여는 글
본문
- 한국의 여성괴물: 손각시
- 한국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페미당당의 지안
- 아일랜드의 여성괴물: 밴시
- 아일랜드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ARC의 헬렌
스톤하우스
- 에콰도르의 여성괴물: 툰다
- 에콰도르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라스 마틸데스의
레베카 산체스 몬테네그로
- 말레이시아의 여성괴물: 랭수이르
- 말레이시아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FYIKL의 파라 롬
- 일본의 여성괴물: 우부메
- 일본의 활동가 인터뷰: 야만바의 칸나, 마루리나
그림: 여성괴물행진을 시작한다
참고문헌
책속의 문장
-여는 글
“이 책의 제목은 캄캄한 밤에 벌어지는 잡귀들의 시끌벅적한 행진을 뜻하는 단어 ‘백귀야행百鬼夜行’에서 가져왔다. 밤거리라는 특정한 시공간에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던 괴물들이 그 바깥도 자유롭게 점유하기를 바라며, 가부장제의 요구에 응하는 데에 실패했거나 이를 거부한 여성괴물을 새로운 언어로 소환했다.”|
-한국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페미당당의 지안
“그런데 “낙태죄를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칠 때면 어쩔 수 없이 각 개인이 목소리 하나, 몸 하나, 숫자 하나로 전체에 편입되고 마는 것 같아요. 물론 시위라는 것은 세를 불려 힘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매번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페미니즘 정치가 인간을 이렇게 수단화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요.
반면 〈나몸불법〉 퍼포먼스를 하며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치는 힘을 느낀 순간도 있었어요. 알약을 먹기 전, 참여자 125명이 다 같이 선언문을 낭독했는데요. 보신각이라는 장소에서 임신중지 당사자를 대표하는 125명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울려 퍼지니까 무척 감동적이더라고요. 맞춰본 것도 아닌데 마치 연습한 것처럼 한 목소리로 선언문이 울려 퍼지는 희열이 있었어요.”
- 아일랜드의 여성괴물: 밴시
“밴시의 울음처럼 어떤 애도와 울음은 불길하고 시끄러운 것으로 여겨지며, 혐오에 기인한 억압은 애도의 주체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시작된 투쟁이 폭력에 맞서는 힘이 되는 경험을 했다. 애도와 슬픔은 우리의 힘이다.”
- 아일랜드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낙태권리캠페인(ARC)의 헬렌 스톤하우스
“평등과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다보면 지치게 마련입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텅 빈, 번아웃의 감각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찾아옵니다. 오드리 로드Audre Lorde는 이렇게 말했죠. “나를 돌보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닌 자기 보존이며 정치적인 투쟁의 행위다.”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자기 돌봄을 실천해야 합니다.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구조가 우리를 죽이고 있는데 소진될 때까지 자신을 갈아넣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발 물러나면 동료들이 한 발 나서 줄 거라고 믿어야 해요. 휴식하고, 서로를 안아주고, 먹고, 자고, 재충전해야 해요. 그런 다음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들어가면 되지요.”
- 에콰도르의 여성활동가 인터뷰: 라스 마틸데스(Las Matildes)의 레베카 산체스 몬테네그로
“임신중지의 무상 접근권이 보장돼야 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임신중지가 특정 조건에서만 허용된다면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또다시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니까요.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기 위한 정보력과 경제력을 모두가 지닌 것은 아니잖아요. 식민주의와 자본주의가 연동되는 구조 안에서 인종화된 여성들은 빈곤해집니다. 그들은 임신중지를 위한 기회와 자원 앞에서도 불평등합니다. 낙태죄로 기소된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 궁극적인 이유는 빈곤입니다. 따라서 이 투쟁은 페미니즘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반자본주의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의 여성괴물: 랭수이르
“랭수이르는 괴물이 아니라 아이를 잃은 슬픔에 미친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가부장제는 그에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강요하며 안전한 방식으로만 슬픔을 표출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또한 이 전설은 어떠한 경우에도 여성은 인구 재생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의 압박을 반영한다. 임신했더라도 아이를 낳지 못하면 괴물이 된다는 협박인 셈이다.”
- 일본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야만바의 칸나, 마루리나
“페미니즘을 빼고는 임금 노동과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말할 수 없습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을 책정할 때 대부분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는 배우자가 있다고 전제합니다. 혼자 사는 삶은 고려하지 않는 고용 조건과 임금 책정이 횡행하지요. 저희 어머니도 이혼 후에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하셨기에 이 문제를 절실하게 실감합니다. 여성 노동 문제는 제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여러 계기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 페미니즘과 노동 문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백귀주행: 여성괴물행진》은 초우상회의 세 번째 책이다. 한국, 아일랜드, 에콰도르, 말레이시아, 일본의 5개국에서 전해지는 여성괴물 전설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해당 국가에서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의 인터뷰를 함께 엮었다.
세계 각지에는 여성의 모습을 한 ‘여성형 괴물'이 많다. 슬프고 기구한 사연을 지닌 이들은, 유달리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를 유혹하는 ‘끔찍한 미녀'로, 지저분하고 추레한 모습의 ‘노파’로, 혹은 임신과 출산 등의 ‘재생산의 임무를 끝끝내 해내지 못한 여성'으로 이들은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에 여성에 대한 사회의 억압이 담겨있기에, 우리는 이 여성괴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뿐 아니라, 이들에게 여성을 미녀, 노파, 임신과 출산 당사자로만 여기는 사회의 억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 활동가' 동료들을 붙여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새롭게 쓰인 여성괴물 이야기와 여성 활동가 인터뷰를 12단 병풍 형식의 책에 교차하는 형태로 실었다. 병풍 뒷면에는 여성괴물과 여성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행진하는 모습의 그림을 그려넣어, ‘죽어서 괴물이 된 여자’인 여성괴물과 ‘괴물처럼 현재에 맞서 싸우는 여성' 활동가들의 연대를 상상한 책이다.
여는 글
본문
- 한국의 여성괴물: 손각시
- 한국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페미당당의 지안
- 아일랜드의 여성괴물: 밴시
- 아일랜드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ARC의 헬렌
스톤하우스
- 에콰도르의 여성괴물: 툰다
- 에콰도르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라스 마틸데스의
레베카 산체스 몬테네그로
- 말레이시아의 여성괴물: 랭수이르
- 말레이시아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FYIKL의 파라 롬
- 일본의 여성괴물: 우부메
- 일본의 활동가 인터뷰: 야만바의 칸나, 마루리나
그림: 여성괴물행진을 시작한다
참고문헌
책속의 문장
-여는 글
“이 책의 제목은 캄캄한 밤에 벌어지는 잡귀들의 시끌벅적한 행진을 뜻하는 단어 ‘백귀야행百鬼夜行’에서 가져왔다. 밤거리라는 특정한 시공간에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던 괴물들이 그 바깥도 자유롭게 점유하기를 바라며, 가부장제의 요구에 응하는 데에 실패했거나 이를 거부한 여성괴물을 새로운 언어로 소환했다.”|
-한국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페미당당의 지안
“그런데 “낙태죄를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칠 때면 어쩔 수 없이 각 개인이 목소리 하나, 몸 하나, 숫자 하나로 전체에 편입되고 마는 것 같아요. 물론 시위라는 것은 세를 불려 힘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매번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페미니즘 정치가 인간을 이렇게 수단화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요.
반면 〈나몸불법〉 퍼포먼스를 하며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치는 힘을 느낀 순간도 있었어요. 알약을 먹기 전, 참여자 125명이 다 같이 선언문을 낭독했는데요. 보신각이라는 장소에서 임신중지 당사자를 대표하는 125명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울려 퍼지니까 무척 감동적이더라고요. 맞춰본 것도 아닌데 마치 연습한 것처럼 한 목소리로 선언문이 울려 퍼지는 희열이 있었어요.”
- 아일랜드의 여성괴물: 밴시
“밴시의 울음처럼 어떤 애도와 울음은 불길하고 시끄러운 것으로 여겨지며, 혐오에 기인한 억압은 애도의 주체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시작된 투쟁이 폭력에 맞서는 힘이 되는 경험을 했다. 애도와 슬픔은 우리의 힘이다.”
- 아일랜드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낙태권리캠페인(ARC)의 헬렌 스톤하우스
“평등과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다보면 지치게 마련입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텅 빈, 번아웃의 감각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찾아옵니다. 오드리 로드Audre Lorde는 이렇게 말했죠. “나를 돌보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닌 자기 보존이며 정치적인 투쟁의 행위다.”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자기 돌봄을 실천해야 합니다.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구조가 우리를 죽이고 있는데 소진될 때까지 자신을 갈아넣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발 물러나면 동료들이 한 발 나서 줄 거라고 믿어야 해요. 휴식하고, 서로를 안아주고, 먹고, 자고, 재충전해야 해요. 그런 다음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들어가면 되지요.”
- 에콰도르의 여성활동가 인터뷰: 라스 마틸데스(Las Matildes)의 레베카 산체스 몬테네그로
“임신중지의 무상 접근권이 보장돼야 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임신중지가 특정 조건에서만 허용된다면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또다시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니까요.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기 위한 정보력과 경제력을 모두가 지닌 것은 아니잖아요. 식민주의와 자본주의가 연동되는 구조 안에서 인종화된 여성들은 빈곤해집니다. 그들은 임신중지를 위한 기회와 자원 앞에서도 불평등합니다. 낙태죄로 기소된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 궁극적인 이유는 빈곤입니다. 따라서 이 투쟁은 페미니즘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반자본주의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의 여성괴물: 랭수이르
“랭수이르는 괴물이 아니라 아이를 잃은 슬픔에 미친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가부장제는 그에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강요하며 안전한 방식으로만 슬픔을 표출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또한 이 전설은 어떠한 경우에도 여성은 인구 재생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의 압박을 반영한다. 임신했더라도 아이를 낳지 못하면 괴물이 된다는 협박인 셈이다.”
- 일본의 여성 활동가 인터뷰: 야만바의 칸나, 마루리나
“페미니즘을 빼고는 임금 노동과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말할 수 없습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을 책정할 때 대부분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는 배우자가 있다고 전제합니다. 혼자 사는 삶은 고려하지 않는 고용 조건과 임금 책정이 횡행하지요. 저희 어머니도 이혼 후에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하셨기에 이 문제를 절실하게 실감합니다. 여성 노동 문제는 제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여러 계기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 페미니즘과 노동 문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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