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의 기록"
제법 오래 다닌 공간디자인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남들 하듯 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남겼던 106일간의 일기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활자와 사진의 모음으로 엮어서 담아내었습니다. 멕시코와 뉴욕, 베를린을 포함한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 쓰여진 '사진 일기'입니다.
"남들보다 불안한 이들에게"
저는 꾸준히 일기를 써 온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번 여행 내내 기록에 매달렸던 이유는 아마도 제 안에 불안이 많아서이지 싶습니다. 당장 다음 여행지에 대한 걱정부터 한국에 돌아간 다음의 일상에 대한 걱정까지, 폭넓고 다양한 불안이 매일 새롭게 자라났답니다. 그래서 일기를 썼습니다. 종이 위에 풀어두고 바라보면 커 보였던 걱정도 별 일 아닌 듯 보이곤 했으니까. 기록을 하면서 주문을 거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였지요. 불안을 잠재우려고 썼던 일기 덕분에 지나간 날들의 기억이 입체적으로 남은 걸 보니, 뭐든 기록해두길 잘했다 싶은 마음입니다.
"공간디자이너의 시선 집"
멕시코, 뉴욕, 코펜하겐,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에서의 눈길 모음. 책의 구성은 지냈던 나라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다른 장소에서의 매일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좋은 건축, 근사한 공간을 향유하는 기쁨을 특히 많이 누리고 돌아온 만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지의 장소들을 모은 책을 통해 낯설거나 익숙한 도시의 근사함을 발견하게 되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책속의 문장
15P | 길을 걷기만 해도 눈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새로워서 빼놓지 않고 바라보느라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래된 일상의 권태를 깨 버리고 매 순간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분이란,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함이었다. 근래 몇 년간 삶에서 이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마디를 끊임없이 만들었던 적이 있던가 싶을 만큼 매일 저녁 엄청난 피로감이 몰아쳤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 계속되었으면 싶었다.
33P | 멕시코였기 때문에 가능한 건축이었을까.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공간을 향유하는 행위 자체가 참 근사하게 느껴지는 집이었다. 투어가 아니었더라면 더 오래 머무르면서 빛이 이동하는 걸 실컷 지켜보다가 오고 싶었다.
134P |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영화 에에올이 떠오르는 스튜디오 Arhoj의 공예품. 다정함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2022년이 되었을 때, 노트 첫 장에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썼었다. 그 해에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를 보았다. 가끔 영화나 책, 때로는 어떤 문장이, 필요한 순간에 꼭 맞춘 듯이 운명적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 해의 화두이기도 했던 다정함이 그러했다. 미술관 탐방을 하느라 못 갔던 귀여운 샵들을 와르르 돌아다니다, 거 조그만 게 쓸데없이 비싸네라고 생각하며 사 오지 않았던 자석이 이제 와서 아른거린다.
218P | 만났던 이들의 질문에 '한 달 살기'라는 답을 붙이길 주저했던 이유는, 한 달 동안 '살기'에 포함 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이 비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하기에 좀 더 가까운 날들을 붙잡으며, 정답고 다감했던 베를린에서의 한 달이 끝났다. 매일 오갔던 집의 현관,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갔던 마트 가는 길의 사거리, 좋아했던 카페, 주말마다 열리는 마켓, 제법 자주 갔었던 박물관 섬의 풍경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 마음에 새겨졌다.
268P | 어떤 장소에 직접 방문하여, 그 안에서 몸을 움직임으로써 그 공간을 인지하는 경험. 어디든 들어가면 거닐거나, 앉아서 바라보거나, 무언갈 먹거나 하며 조금씩이라도 머무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공간을 향유하고 나면 특별함이 새겨진 장소가 되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공간감과 장소성이란 오프라인에서만 체득할 수 있는 놀라운 감각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으로 누리려 했다.
"긴 여행의 기록"
제법 오래 다닌 공간디자인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남들 하듯 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남겼던 106일간의 일기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활자와 사진의 모음으로 엮어서 담아내었습니다. 멕시코와 뉴욕, 베를린을 포함한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 쓰여진 '사진 일기'입니다.
"남들보다 불안한 이들에게"
저는 꾸준히 일기를 써 온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번 여행 내내 기록에 매달렸던 이유는 아마도 제 안에 불안이 많아서이지 싶습니다. 당장 다음 여행지에 대한 걱정부터 한국에 돌아간 다음의 일상에 대한 걱정까지, 폭넓고 다양한 불안이 매일 새롭게 자라났답니다. 그래서 일기를 썼습니다. 종이 위에 풀어두고 바라보면 커 보였던 걱정도 별 일 아닌 듯 보이곤 했으니까. 기록을 하면서 주문을 거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였지요. 불안을 잠재우려고 썼던 일기 덕분에 지나간 날들의 기억이 입체적으로 남은 걸 보니, 뭐든 기록해두길 잘했다 싶은 마음입니다.
"공간디자이너의 시선 집"
멕시코, 뉴욕, 코펜하겐,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에서의 눈길 모음. 책의 구성은 지냈던 나라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다른 장소에서의 매일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좋은 건축, 근사한 공간을 향유하는 기쁨을 특히 많이 누리고 돌아온 만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지의 장소들을 모은 책을 통해 낯설거나 익숙한 도시의 근사함을 발견하게 되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책속의 문장
15P | 길을 걷기만 해도 눈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새로워서 빼놓지 않고 바라보느라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래된 일상의 권태를 깨 버리고 매 순간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분이란,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함이었다. 근래 몇 년간 삶에서 이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마디를 끊임없이 만들었던 적이 있던가 싶을 만큼 매일 저녁 엄청난 피로감이 몰아쳤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 계속되었으면 싶었다.
33P | 멕시코였기 때문에 가능한 건축이었을까.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공간을 향유하는 행위 자체가 참 근사하게 느껴지는 집이었다. 투어가 아니었더라면 더 오래 머무르면서 빛이 이동하는 걸 실컷 지켜보다가 오고 싶었다.
134P |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영화 에에올이 떠오르는 스튜디오 Arhoj의 공예품. 다정함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2022년이 되었을 때, 노트 첫 장에 '다정한 사람이 되자'고 썼었다. 그 해에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읽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를 보았다. 가끔 영화나 책, 때로는 어떤 문장이, 필요한 순간에 꼭 맞춘 듯이 운명적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 해의 화두이기도 했던 다정함이 그러했다. 미술관 탐방을 하느라 못 갔던 귀여운 샵들을 와르르 돌아다니다, 거 조그만 게 쓸데없이 비싸네라고 생각하며 사 오지 않았던 자석이 이제 와서 아른거린다.
218P | 만났던 이들의 질문에 '한 달 살기'라는 답을 붙이길 주저했던 이유는, 한 달 동안 '살기'에 포함 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이 비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하기에 좀 더 가까운 날들을 붙잡으며, 정답고 다감했던 베를린에서의 한 달이 끝났다. 매일 오갔던 집의 현관,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갔던 마트 가는 길의 사거리, 좋아했던 카페, 주말마다 열리는 마켓, 제법 자주 갔었던 박물관 섬의 풍경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 마음에 새겨졌다.
268P | 어떤 장소에 직접 방문하여, 그 안에서 몸을 움직임으로써 그 공간을 인지하는 경험. 어디든 들어가면 거닐거나, 앉아서 바라보거나, 무언갈 먹거나 하며 조금씩이라도 머무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공간을 향유하고 나면 특별함이 새겨진 장소가 되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공간감과 장소성이란 오프라인에서만 체득할 수 있는 놀라운 감각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으로 누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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