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 없는 옷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 감성의 물성에 대하여.
매일 아침, 옷이 가득 찬 옷장을 바라보며 '입을 옷이 없네' 생각합니다. 전에는 잘만 입고 다니던 옷이 왜 입을 수 없는 옷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옷장의 신비를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그 안에 한가득 쌓인 추억에 대해, 더이상 입지 않게 되었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요. 얼룩처럼 옷에 진득하게 묻어버린 이야기를 옷장에서 꺼내보려고 합니다.
<아이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네>는 옷장 앞에서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지만, 부제 '내가 사랑한 옷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말처럼, 결국 입을 옷보다는 입어왔던 옷들에 대한 애정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표지는 '옷 입히기' 컨셉으로 빨간색 북 커버는 직접 뜯어내어 '옷 입히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저자
김현경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작업을 합니다. 디자인을 하고 종종 글을 쓰며 가끔 그림을 그립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을 엮고,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오늘 밤만 나랑 있자>, <여름 밤, 비 냄새> 등을 썼습니다.
손현녕
부산에서 지내며 낮에 글을 쓰고, 저녁에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칩니다. 불안이 삶의 동력이라 평온이 찾아들 때면 스스로를 불안의 한 가운데로 다시 몰아넣습니다.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씁니다. 아무리 닦아보아도 마음 한 자락 스스로 헤아리기 어려워 자주 괴롭습니다. 마음의 더듬이가 길어 세상의 번뇌에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글을 씁니다. 글을 모아 엮은 책은 <이토록 안타까운 나에게>, <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 외 다수가 있습니다.
송재은
이 글을 쓰던 해에 100여 벌을 버린 사람. 2020년부터 ‘프로젝트임시’라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서른다섯이 되면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고 싶어 서른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에세이 <일일 다정함 권장량>,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과 소설 <낯선 하루> 등을 썼다.
책속의 문장
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날에도, 죽음에 가까워질 때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옷은 내게 언제나 생과 죽음, 조울에서 조(躁)와 울(鬱), 그 끝에 있는 옷이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고이 개며 삶과 그 끝을 재어본다.
-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p. 111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감정이 묻은 옷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남았고, 응원과 믿음이, 나를 오늘에 있게 한 슬픔이 남아있다. 누구나 입기에 무엇보다 평범한 대상, 무엇보다 평범한 행위이지만 각자 전혀 다른 경험을 간직하게 하는 것이 옷으로부터 나를 만들어온 순간을 본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을 이야기로 압축해 남긴다. 더 이상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이제는 이야기로 남은 것을.
- 아이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네 p. 66
향은 이야기를 담는다. 옷은 몸에 입히지만 향은 시간에 입히고 장소에 입히며 사람 얼굴에 입힌다. 애석하게도 유통기한이 있는 향수들이 오래 입히지 못하고 쓰임을 다 하며 죽어 간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무엇과 연결하기 위해 새로운 향을 찾아 떠나겠지. 죽을 때까지 새로운 향을 나의 무언가에 입히며 살고 싶다.
- 아, 오늘도 뿌릴 향수가 없네 p. 177
버릴 수 없는 옷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 감성의 물성에 대하여.
매일 아침, 옷이 가득 찬 옷장을 바라보며 '입을 옷이 없네' 생각합니다. 전에는 잘만 입고 다니던 옷이 왜 입을 수 없는 옷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옷장의 신비를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그 안에 한가득 쌓인 추억에 대해, 더이상 입지 않게 되었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요. 얼룩처럼 옷에 진득하게 묻어버린 이야기를 옷장에서 꺼내보려고 합니다.
<아이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네>는 옷장 앞에서의 마음을 담은 제목이지만, 부제 '내가 사랑한 옷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말처럼, 결국 입을 옷보다는 입어왔던 옷들에 대한 애정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표지는 '옷 입히기' 컨셉으로 빨간색 북 커버는 직접 뜯어내어 '옷 입히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저자
김현경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작업을 합니다. 디자인을 하고 종종 글을 쓰며 가끔 그림을 그립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을 엮고,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오늘 밤만 나랑 있자>, <여름 밤, 비 냄새> 등을 썼습니다.
손현녕
부산에서 지내며 낮에 글을 쓰고, 저녁에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칩니다. 불안이 삶의 동력이라 평온이 찾아들 때면 스스로를 불안의 한 가운데로 다시 몰아넣습니다.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씁니다. 아무리 닦아보아도 마음 한 자락 스스로 헤아리기 어려워 자주 괴롭습니다. 마음의 더듬이가 길어 세상의 번뇌에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글을 씁니다. 글을 모아 엮은 책은 <이토록 안타까운 나에게>, <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 외 다수가 있습니다.
송재은
이 글을 쓰던 해에 100여 벌을 버린 사람. 2020년부터 ‘프로젝트임시’라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서른다섯이 되면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고 싶어 서른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에세이 <일일 다정함 권장량>,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과 소설 <낯선 하루> 등을 썼다.
책속의 문장
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날에도, 죽음에 가까워질 때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옷은 내게 언제나 생과 죽음, 조울에서 조(躁)와 울(鬱), 그 끝에 있는 옷이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고이 개며 삶과 그 끝을 재어본다.
-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p. 111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감정이 묻은 옷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남았고, 응원과 믿음이, 나를 오늘에 있게 한 슬픔이 남아있다. 누구나 입기에 무엇보다 평범한 대상, 무엇보다 평범한 행위이지만 각자 전혀 다른 경험을 간직하게 하는 것이 옷으로부터 나를 만들어온 순간을 본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을 이야기로 압축해 남긴다. 더 이상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이제는 이야기로 남은 것을.
- 아이고, 오늘도 입을 옷이 없네 p. 66
향은 이야기를 담는다. 옷은 몸에 입히지만 향은 시간에 입히고 장소에 입히며 사람 얼굴에 입힌다. 애석하게도 유통기한이 있는 향수들이 오래 입히지 못하고 쓰임을 다 하며 죽어 간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무엇과 연결하기 위해 새로운 향을 찾아 떠나겠지. 죽을 때까지 새로운 향을 나의 무언가에 입히며 살고 싶다.
- 아, 오늘도 뿌릴 향수가 없네 p.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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